
라면은 본래 중국 음식으로 ‘납면(拉麵)’의 일본식 발음이 ‘라멘’이다. 라멘은 닭 뼈나 돼지 뼈, 멸치, 가다랭이포 등을 우려낸 육수에 ‘중화면’이라는 국수를 말아 먹는 음식인데 메이지유신 직후인 1870년대 일본에 들어온 중국인들이 노점에서 만들어 팔기 시작한 데서 유래되었다.
지금 우리가 먹는 라면은 면발을 기름에 튀긴 인스턴트 라면이다. 보관 문제 때문에 기름에 튀긴 것이다. 1958년 일본에서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닛신치킨라멘’이 상품화되고, 1971년 최초의 컵라면 ‘컵누들’이 개발되었다.
라면을 서민 음식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간식으로 여기기도 어정쩡하긴 마찬가지인데 라면이 당기는 날은 주말의 점심으로 적당하고 라면이 맛있기로는 낙곱새(낙지, 곱창, 새우)요리에 사리(국수, 새끼, 실 따위를 동그랗게 포개어 감은 뭉치)에 라면을 섞어 먹거나 부대찌개에 넣어서 먹을 때이다.
대중적인 음식으로 가끔씩 먹으면 군대시절 추운 겨울에 특식으로 먹었던 컵라면이 생각난다(일반라면은 불어터져 우동에 가깝고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든 컵라면이 더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그 맛이야 어디에 비견할 바가 못 된다. 그것도 졸병이면 먹기 힘들었다.
남녀노소가 즐기는 라면이기는 하지만 가격과 관계없이 어쩐지 품격이 달라 보인다. 그 품격은 라면의 종류나 가격이 아니라 라면을 먹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에서 품격이 결정된다는 것인데 유명인사가 먹으면 스파게티에 뒤지지 않는 품격있는 요리가 되지만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먹으면 왠지 끼니를 때우는 궁상맞은 음식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이건 공장에서 출시될 때는 같은 조건으로 문을 나서지만 소비되는 마지막 단계에서 비닐포장이 버려지는 방법에 따라 품격이 결정되어지는 운명을 맞는 것이다.
세월이 변하니 이제는 우리나라 모 회사의 불닭라면이 미국 시장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니 격세지감이다. 일본에서 건너온 라면을 세계인의 입맛에 맞추어 수출 효자상품으로 만든 저력은 가히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우리가 먹던 즉석 식품인 라면을 간단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으면서 맛을 추가한 음식으로 진화시킨데 따른 결과로 보여진다.
일부에서는 라면을 열량은 높고 영양가가 낮은 인스턴트 음식인 정크식품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고유한 얼큰함과 쫄깃한 식감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국민 음식인 라면으로서는 실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심정일 것이다.
라면처럼 극과 극으로 분류하는 음식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같다. 먹는 사람의 지위와 재산의 정도, 끓이는 방법과 먹는 방법(자기 그릇에 담아 먹거나 아니면, 노란색 양푼이의 뚜껑으로 먹는 등), 먹는 장소에 따라(레스토랑에서 먹으면 같은 라면이라도 고급 요리로 여겨 질 수도 있지 않은가) 그 품격이 달라진다면 라면의 운명도 기구하달 수밖에 없다. 공장에서 출하된 라면이 인간의 입속을 통과하여 최종 배출되기까지 그저 인간에게 유익한 음식으로 자리매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